리만머핀 서울은 2025년 8월 27일부터 10월 25일까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테레시타 페르난데스(Teresita Fernández)의 개인전 《지층의 바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유약을 바른 세라믹 벽면 설치와 빛나는 조각 패널 등 물의 세계를 연상시키는 신작들을 통해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지층과 지하 풍경에 관한 관심을 심해의 층위로 확장한다. 지질학적 형성과 인간에 의해 구축된 토양층에서부터, 밀도와 투명도가 점차 변화하는 심해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시각적이고 개념적인 언어를 통해 풍경의 인식을 육지 너머로 확장시킨다.
《지층의 바다》는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리는 작가의 첫 전시이자 서울에서 10여 년 만에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본 전시는 리만머핀 뉴욕의 《Soil Horizon》, 런던의 《Astral Sea》에 잇따라 개최되며, 미국 텍사스 휴스턴의 메닐 드로잉 인스티튜트 (The Menil Drawing Institute)와 뉴멕시코의 사이트 산타페 (SITE Santa Fe)에서 최근 개최된 두 차례의 미술관 전시에 이어 열린다. 두 전시는 지구와 우주의 물질이 진동하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을 탐색하며, 풍경을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닌 심리적 · 정치적 · 문화적 의미가 교차하는 복합적 공간으로 제시한 바 있다. 또한, 현재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그룹전 《Shifting Landscapes》에도 페르난데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지난 30년 이상 풍경에 내재된 복잡성과 역설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하늘과 땅, 거칠면서도 매혹적인 감각, 물질성과 비물질성, 고대성과 현대성이 그녀의 작품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한다. 작가의 조각적 탐구는 물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하며, 장소와 땅, 그리고 풍경이 어떻게 정의되고 구성되는지를 근본적으로 질문한다. 페르난데스는 풍경을 단순한 자연의 배경이 아니라 신체성을 지닌 장소로 인식하며, 그 풍경은 광활하면서도 동시에 친숙하고, 개인적이면서도 공동체적인 공간이다. 그녀의 작업은 시적 언어와 정치적 맥락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풍경은 광활하면서도 친밀하고, 사적이면서도 집단적인 공간이며, 시와 정치가 서로 얽히는 장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풍경의 층위 속에 축적된 역사, 정체성, 우주론 등을 드러낸다.
페르난데스의 <지층의 바다 3 (Liquid Horizon 3)>(2025)을 포함한 <Stacked Landscapes> 연작은 구체적인 지리를 묘사하는 대신, 조각적 추상성과 시적인 은유를 통해 지각(perception)의 방식과 인간 존재에 대한 일종의 비유로 기능한다. 색면 추상의 원칙을 조각적으로 확장한 이 연작에서 작가는 물질이 지닌 울림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적 · 심리적 깊이에 집중한다. 이 연작은 목탄, 모래, 청색 안료 등을 수평적으로 층층이 쌓아 올린 알루미늄 레이어로 구성되며, 지질학적 형성과 수중 풍경, 내면적 사유를 한 화면 안에서 교차시킨다. 이러한 감성적 울림이 느껴지는 작품은 마크 로스코의 회화를 연상시킨다. 로스코의 부드럽게 나뉜 빛나는 색면들이 깊은 감정 탐구에서 비롯된 것과 유사하게, 페르난데스의 화면 역시 정서적 울림을 통해 관람자를 몰입시키고 사유하게 만든다. 작품 하단에는 벨벳과 같은 부드러운 질감의 갈라진 목탄 조각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위로 검은색과 푸른색 모래층이 축적되어 마치 감각적으로 변화하는 지형처럼 펼쳐진다. 이 층위들은 점차 반투명한 푸른색의 장막으로 전이되며, 심야의 짙은 어둠부터 스펙트럼처럼 빛나는 푸른 빛까지 다양한 색조를 오간다. 이 색들은 몰입과 드러남 사이를 오가며, 지상과 천상의 경계에 부유하는 듯한 공간을 암시한다.
<Stacked Landscapes> 연작에서 땅과 물이 뒤섞이는 이미지는 하나의 관찰 지점, 기원의 장소이자 통과의 경계로 기능한다. 내부와 외부 환경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빛과 어둠, 반사와 흡수 사이의 리드미컬한 전환은 역사, 이동, 비가시적 세계에 대한 명상적 인식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업은 페르난데스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지도와 지형에 관한 관심으로도 확장된다. 그녀에게 있어 땅, 섬, 대륙은 주변의 물과 공간을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다. 전기적인 푸른빛의 가느다란 선은 확대되고 추상화된 땅과 물, 어둠과 빛의 경계를 표시하며, 그 경계의 미세한 떨림 속에서 페르난데스는 정밀하면서도 조용한 친밀감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연약한 경계선에서 작가는 관람자의 시선을 가시적 세계 너머 즉 즉각적으로 포착되지 않는 감각과 인식의 바깥으로 이끈다.
이 연작에서 땅과 하늘의 결합은 시작과 과정을 동시에 암시하며, 내부와 외부가 교차하는 일종의 포털로 기능한다. 빛과 어둠, 반사와 흡수 사이의 리듬은 명상적 사유를 유도하며, 역사, 이주, 초월적 세계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킨다. 또한 작가의 오랜 주제인 지도와 지형에 관한 관심을 반영하며, 대륙과 섬, 해역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인식을 시각화한다. 전율이 흐를 것 같은 한 줄기 푸른 선은 육지와 바다, 어둠과 빛 사이의 경계를 추상적으로 드러내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지각 너머에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섬세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땅과 마찬가지로 물 또한 일종의 수평선으로 다뤄진다. 고유의 층위적 깊이와 반사되는 표면을 지닌 물은 ‘위에 있는 것은 아래에도 있다 (as above, so below)’는 이중성을 바탕으로 공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전환시킨다. 최근 리만머핀 런던에서 선보인 <Astral Sea> 연작에서, 물은 중심적 모티브로 등장한다. 물은 흡수하고 반사하며, 표면과 심도, 대지와 하늘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고, 관람자를 고정된 지점이 아닌 유동하고 변화하는 장(field) 속에 놓이게 한다. 이처럼 확장된 ‘수평선’의 개념은 전시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반복된다. 페르난데스에게 하나의 요소는 언제나 다층적 의미를 내포하며, 은유와 기억은 그녀가 구축하는 풍경 개념 안에서 동등하게 작동한다.
세라믹 벽면 설치 작업 <화이트 포스포러스/코발트 (White Phosphorus/Cobalt)>(2025)는 <Stacked Landscapes> 연작의 색채적 깊이와 표면 감각을 반영하면서도, 구조와 규모 면에서 새로운 실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수천 개의 작은 세라믹 큐브로 구성된 이 작품은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갈수록 색의 채도와 밝기가 점차 깊어져 팽창과 수축을 동시에 시사하는 시각적 장(field)을 형성한다. 이는 수축과 팽창을 동시에 일으키는 시각적 리듬을 만들어내며, 소용돌이 혹은 천체의 형태를 암시한다. 이 작품은 제목이 암시하듯 화학적 반응과 채굴, 자연 현상과 우주에 이르기까지 상반된 이미지들을 불러일으킨다. 수천 개의 큐브들은 마치 프랙탈 패턴처럼 반복되며, 지질학적 층위, 기상 패턴, 혹은 우주의 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미시적 형태와 거시적 인식이 교차하는 역동성 속에서 연금술적 · 정치적 · 생태학적 함의를 지닌 장소로 전환된다. 특히 포스포러스(백린)와 코발트가 지닌 추출과 파괴의 역사적 맥락은 작품의 물질성과 맞물려 강한 비판적 긴장을 형성한다.
이와 함께 흑연 부조 패널 아홉 점으로 구성된 <야상 (밀크 스카이) Nocturnal (Milk Sky)> 연작도 함께 선보인다. 부드러운 청색 톤으로 구성된 이 연작은 밀물과 썰물의 리듬을 시각화하며, 연마된 흑연과 몽환적인 푸른빛과 흰빛의 하늘이 대비를 이루며 반사와 분위기 사이의 긴장감을 드러낸다. 육지와 바다, 현실과 상상 사이 경계에 있는 이 패널들은 작가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요소인 흑연은 물질성과 장소성에 관한 개념적 탐구를 강조한다. ‘밀크 스카이 (Milk Sky)’라는 부제는 은하수의 천체적 확장성과 여성, 우주를 잇는 모성적 상징을 동시에 담고 있다.
《지층의 바다》는 땅과 물에 대한 공명적 명상을 통해, 물질의 세밀함과 개념의 깊이를 결합시킨다. 이 작업은 과거와 현재, 자아와 세계, 기억과 지각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며, 관객을 다층적이고 감각적인 풍경 속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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