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귀미
《Breath, Island》
리만머핀 뉴욕
2025년 9월 11일 - 10월 18일
리만머핀은 한국 작가 유귀미의 개인전 《Breath, Island》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최근 홀로 떠난 제주도에서의 2주간의 여정을 바탕으로 한 신작 회화로 구성된다. 제주의 화산 지형과 그 안에 스며든 자연을 따라가며, 동시에 작가의 내면을 섬세하고 서정적인 붓질로 담아낸다. 동양화 전통에 뿌리를 둔 작가의 감각을 통해 꽃으로 가득한 언덕, 울창한 식물원, 고요한 게스트하우스 등 제주 풍경은 사색과 자기 발견의 친밀한 공간으로 변모한다. 이번 전시는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미술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현대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한 이후 이어지는 개인전이다.
제주도는 흔히 ‘바람, 돌, 여자의 섬’이라 불리며, 한국인의 집단적 기억 속에서 자연의 안식처이자 향수 어린 휴양지로 자리해 왔다. 작가에게 제주의 풍경은 관찰 대상이자 자신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작가는 제주에서 오름을 거닐고, 만개한 목련꽃이 둘러싼 연못가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검은 현무암 사이로 흘러내리는 폭포를 응시한다. 이를 통해 섬의 숨결과 자신의 숨결을 맞추고, 그 리듬에 따라 그림을 그려 나간다. 이러한 체험은 시간이 흐르며 단순한 자연과의 교감을 넘어, 존재의 본질에 닿으려는 내면적 탐구로 확장되었다.
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하여 ‘회화란 묘사가 아닌 내면의 환기’라는 전통적 회화관을 토대로 작업을 전개한다. 그의 화면은 수묵의 투명한 레이어들이 절제된 조화 속에서 쌓이며, 형상 너머의 기운과 정취를 포착하는 한국 산수화의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1751)를 연상시키는 이 정신은 작가의 붓질 속에 이어지며, 때로는 안개처럼 흩날리다가도 이내 기억처럼 조용히 가라앉는다.
한편 작가가 영국과 미국에서 보낸 시간은 그의 회화에 서양 유화의 물질성과 현대미술의 구조적 감각을 스며들게 했다. 그의 회화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동시대의 서로 다른 회화적 유산을 ‘조율’이 아닌 ‘융합’의 태도로 접근한다. 유화는 먹처럼 번지고, 형상은 사유처럼 가볍게 피어난다. 이처럼 서로 다른 계보를 아우르며, 작가는 점차 개인적인 지형으로 진입하고, 그 안에서 동서와 고금, 풍경과 자아는 은은히 하나로 겹쳐진다.
《Breath, Island》에서 회화는 기록이자 안식처로 작용한다. 예컨대 <Noble Silence>는 작가가 머물던 목조 게스트하우스의 내부를 담아내며, 예술적 고독이 주는 숭고한 정적을 포착한다. 한편, <Rest>에서는 한라산 자락의 정원에 머물다가 이내 자연 속으로 스며드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Pause>에서는 온실 창가에 놓인 분재의 단정한 풍경을 통해 성장을 향한 묵상의 순간으로 이어진다. 전시 전반에 걸쳐 작가 자신의 흔적은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보다, 조용히 머무는 실루엣, 창가에 놓인 물건, 스케치에 몰두하는 인물 등 장면 속에 은근히 스며들어 있다.
《Breath, Island》는 제주의 연대기가 아니라 균형을 찾아가는 작가의 자화상에 가깝다. 이번 작품들은 도착지가 아니라 통과의 길이며, 정체성을 이미지로 번역하고, 동서의 두 세계를 한 화면 안에 담아내는 과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유귀미의 회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섬처럼 작동한다. 한쪽의 기억과 다른 쪽의 깨달음이 만나 잠시 머물며 호흡하는, 부유하는 공간으로.
유귀미
유귀미(1985년 서울 출생, 현재 서울 거주 및 활동)는 자연 풍경과 실내 공간, 고독의 순간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울림을 탐구한다. 시적이고도 생동감 넘치는 색채를 통해 관찰과 상상을 아우르는 서정적인 장면을 그려내며, 기억과 사색, 그리고 ‘지금 여기’의 감각을 포착한다. 작품 속에는 꽃이 만발한 언덕, 잔잔한 연못, 일상의 실내와 같은 고요한 환경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내면적 성찰과 시각적 사유를 위한 공간으로 확장된다.
동양화로 예술적 기반을 닦은 유귀미는 ‘회화란 재현이 아닌 환기의 행위’라는 전통적 화론을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작가의 붓질에는 수묵화의 겹겹이 쌓이는 투명한 번짐, 그리고 한국 산수화 특유의 절제된 균형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이후 영국과 미국에서 유화를 공부하며 서구 회화의 물질성과 구성 원리를 체득한 작가는 현재 동서양의 회화 어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의 화면은 수묵의 유연한 기운과 유화의 밀도 있는 물성이 교차하며, 특정 장소의 재현보다는 기억과 상상이 빚어낸 심상의 공간을 환기한다. 그 안을 유영하는 익명의 인물들은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깊은 정서적 울림을 전달한다. 이들은 개인적 기억과 보편적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다층적이고도 내밀한 존재로 다가온다
유귀미는 아시아, 유럽, 미국 전역에서 활발히 전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미술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현대미술관 등에서 그룹전이 개최되었으며, 최근 서울 쾨닉 갤러리와 로스앤젤레스 하프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도 열린 바 있다. 작가의 작품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해머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드영 미술관, 샌디에이고 현대미술관, 마이애미 현대미술관, 오하이오 콜럼버스 미술관, 캘리포니아 코스타 메사 오렌지카운티 현대미술관, 영국 런던 로버츠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이니마 드 파울라 미술관, 중국 베이징 X 미술관, 상하이 유즈 파운데이션, 서울대학교 미술관 및 미술대학 등 세계 여러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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