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 서울은 알렉스 행크의 아시아 첫 개인전에서 자작나무에 흑연으로 작업한 드로잉 다섯 점을 선보인다. 스위스 알프스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실 인근에서 채집한 자작나무 드로잉은 일종의 관계 구축의 행위이자 친밀한 응시의 방식을 드러낸다. 작가의 시선은 외관의 재현을 넘어 내면으로 스며들며, 선의 정밀함과 그에 깃든 취약함, 미묘한 심리적 긴장이 교차하는 자리로서 인간 형상에 머무른다.
작가의 탐구에서 매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자작나무는 화면에 물리적 밀도와 저항감을 더하며 인물의 신체적 현존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또한, 마치 혈관을 연상시키는 나뭇결은 단순한 지지체가 아닌 화면을 능동적으로 조직하는 구조적 요소로 작용한다. 반면 흑연은 섬세함과 즉시성을 더하며 단단한 바탕과 유연한 선 사이에 긴장과 리듬을 만들며, 이로써 종이 드로잉의 특징적인 빠른 호흡과 즉흥성은 유지된다. 화면 속 인물들은 깊은 내면 세계에 잠긴 듯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지 않는다. 작가의 응시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드러내는 만큼을 감추며 사적인 영역과 이를 포착하려는 시선 사이에 미묘하고 팽팽한 긴장을 형성한다.
〈가죽을 두른 성자(The Saint in Leather)〉(2025)에서 작가는 흑연을 의도적으로 옅게 적용해, 부드럽지만 어딘가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구현한다. 화면 중앙에 위치한 가죽 재킷을 입은 인물은 극도로 치밀한 정밀함으로 묘사된다. 가죽 재킷의 바느질과 주름 하나하나가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필선으로 구축되며, 물질의 질감이 또렷이 드러난다. 다른 작품과 달리 숲을 배경으로 도입한 이 작품은 르네 마그리트의 〈The Blank Signature〉(1965)을 떠올리게 한다. 말과 기수가 숲과 시각적 역설 속에 뒤얽혀 공간적 일관성을 전복하는 이미지처럼 행크의 화면 역시 인물과 배경의 관계를 미묘하게 교란하며 인물과 배경의 경계를 흔든다.
〈로마의 부상(The Rise of Rome)〉(2025)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에서 영감받아 성모 마리아에게 기댄 그리스도의 신체 구도를 환기한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아들을 애도하는 성모의 순간을 참조하면서도, 작가는 이 종교적 장면을 미묘하게 전환한다. 특히, 셔츠의 단추를 의도적으로 생략해 의상이 시대를 특정할 수 없는 튜닉처럼 보이도록 함으로써, 이미지를 역사적 맥락에서 분리한다. 그로 인해 비탄함 대신 황홀감과 충만에 잠긴 남성의 모습이 드러나며, 전통적 애도의 장면은 신비롭고 고요한 행복의 이미지로 새롭게 변주된다.
앞서 언급한 영향과 더불어 행크는 자신의 작업에 영향을 준 다양한 계보를 언급한다. 자신의 뮤즈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한 파블로 피카소, 몽환적이고도 불안한 이미지로 잘 알려진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작가 레오노라 캐링턴, 인물의 고요한 친밀성을 포착해 온 엘리자베스 페이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향을 소환한다. 이러한 참조적 이미지 속에서 ‘본다’는 행위는 중심적 위치를 점한다. 각각의 작품은 공감과 긴장, 성찰이 공존하는 만남의 장이 되며, 초상은 타인을 통해 자신을 인식해 가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각 인물의 직관적 인식보다는 일종의 조율과 감응으로 시선을 이끈다. 관람자는 명료함을 기대하지만, 작가가 담아낸 인물들은 쉽게 드러내기를 거부하며 신비로움의 여지를 남긴다. 그는 얼굴의 형상 너머를 바라보도록 유도하면서도, 끝내 대상을 완전히 드러내지는 않는다.
작가 소개
알렉스 행크(1973년 멕시코시티 출생, 스위스 거주 및 활동)는 서로 다른 양식과 예술 장르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온 동시대 시각 예술가이다. 그는 인간 형상을 통해 오늘날 사회의 단면을 탐구하며, 인물의 성격을 포착하는 동시에 권력, 친밀성, 순수성 등 다양한 감정의 층위를 성찰하도록 이끈다. 사진, 회화, 조각, 드로잉을 넘나들며 작업해 온 그는 연기, 음악, 비디오, 글쓰기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매체 전반에 걸친 창작 역량을 보여준다. 또한 런던의 리처드 나기(Richard Nagy Ltd.), 비엔나의 에바 프레젠후버(Galerie Eva Presenhuber), 스위스의 그레플린 마그(Groeflin Maag), 뉴욕의 라미스 바르케(Ramis Barquet)와 제너러스 미라클(Generous Miracles), 몬테레이의 엠마 몰리나(Emma Molina) 등에서 국제적으로 전시한 바 있다. 2026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위치한 엘기즈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이 개최될 예정이다.
Media Inquires
Adriana Elgarresta, Global Director of Communications & Mark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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