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민터(1948년 미국 루이지애나주 슈리브포트 출생, 현재 뉴욕에서 거주 및 작업)는 사진, 회화, 영상, 설치 작업을 통해 여성 묘사에 관한 미묘한 질문을 던진다. 기술적 정교함과 완성도로 잘 알려진 그의 작품은 체모와 튼살 같은 여성의 자연스러운 신체적 특징을 강조한다. 위 요소는 대중 매체 속 여성 이미지에서 제거하고 부재해야 하는 대상이었으나, 작가는 이를 진실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여겨 정제되지 않은 모습으로 작품에 여실히 드러낸다. 초기 작업에서 민터는 남성 창작자가 남성 소비자를 위해 주로 그렸던 에로티카를 탐구했고, 여성 소비자가 전유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에로티카를 구축함으로써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욕망을 회복시키고자 했다. 그의 파격적인 행보는 이러한 착취적 이미지를 되찾을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가는 여성권과 생식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고, 여성이 스스로의 섹슈얼리티와 성적 욕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여성 신체의 복권과 과거 여성을 대상화한 남성의 관음적 시선을 전복시키는 데 앞장섰다.
과거 시각문화에서 여성을 형상화한 방식에 대한 도전 외에도 민터의 작업은 다양한 매체에 능한 작가의 노련미를 보여준다. 사진과 회화를 모두 전공한 작가는 인물을 포착한 일련의 사진을 더 큰 규모의 회화로 옮겨내는 독특한 작업체계를 확립했다. 그의 회화는 사진을 복제하지만 초점 원리 같은 사진의 문법을 회화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그 형식을 미묘하게 변경한다. 예컨대 작가는 반투명한 에나멜 페인트를 수천여 번 덧바르는 기법을 통해 김이나 서리 같은 장치의 농도를 더하고, 이미지의 시점을 이동시킨다. 또한 민터는 회화적 접근법을 역으로 사진에 적용하기도 한다. 그는 피사체와 카메라 사이에 유리판을 배치해 화면을 흐리게 하는 물리적 장막을 형성하며 능숙하게 추상의 요소를 이미지에 도입한다. 진보적 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오랜 시간 디테일에 주의를 기울이며 엄격하게 수행해 온 작업 방식을 통해 민터는 현재까지도 여성 신체를 둘러싼 통렬한 현실을 폭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